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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논평] 한국 사회 불평등 해소와 국가가 책임지는 학교의 공적 돌봄·교육복지 확대로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합니다

  • 학비노조
  • 274
  • 2025-07-07 19:15:19



한국 사회 불평등 해소와 국가가 책임지는 학교의
공적 돌봄·교육복지 확대로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합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차마 말을 잇지 못할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24일에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로 10살과 7살 자매가 숨진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부산 기장군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살, 6살 자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육의 주체로서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잃은 데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조의를 먼저 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두 사고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모가 일하러 나가 집을 비운 사이에 화마가 우리 아이들을 덮쳤습니다. 돌봄 공백에 따른 ‘방치된 아이들’, ‘나 홀로 어린이 참사’라는 제기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지난 2020년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결식아동이었던 10세, 8세 형제가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에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나 모두 전신에 화상을 입고 동생은 숨진, 이른바 ‘라면 형제 사건’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모두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던 사건과 비슷한 참사가 또 연달아 발생한 것에 대해 우리는 시급한 대책 수립을 정부 당국에 주문합니다. 더불어 대책 수립 시, 현장을 잘 아는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대책을 세우려면 참사의 본질을 꿰뚫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본인들의 소중한 아이들을 일부러 방치하는 부모는 세상에 없을 겁니다. 개별 부모 또는 가정의 문제로 치부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을 위해, 가정의 생계를 위해, 부모가 아이들을 집에 두고 일을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조명하지 않고서는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사회는 현재 불평등 구조가 심화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은 통계청의 자료로만 봤을 때도 24년 기준, 전체 중 38%입니다. 또한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시급이 100이라고 가정할 때 비정규직 임금은 66.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정규직의 양산에 따른 불평등의 100:60 사회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른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평균보다 약 200시간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는 97년 IMF 사태 이후 고용 안정성과 사회안전망이 무너짐에 따라 급격히 증가한 뒤로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높습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그에 따른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은 천정부지 솟는 부동산 가격에 이번 생에는 한 번 살아볼 수 있을지 모를 ‘내 집 마련’과 부모 등골 휘는 높은 사교육비 등과 함께 저출생과 더불어 한국 사회를 지속 가능하지 않은 헬조선으로 만든 지는 너무나도 오래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 해소에 따른 일과 삶의 균형을 먼저 세우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학교는 교수·학습의 기능을 넘어 교육복지까지 아우르는 공공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교육복지 정책인 무상급식과 방과후과정 등에 이어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등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들의 정서적인 안정과 사회성을 기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복지사 등의 교육복지 전문인력은 취약계층과 복지 사각지대 아동을 찾아내고 필요한 지원을 하며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삶의 기반을 챙겨주는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전문상담사는 학생들의 마음을 살피고, 학교생활 속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주는 ‘학생들 마음의 조력자’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졸속 추진에 따른 극우세력의 침투로 인해 국가책임 돌봄과 공교육을 표방한 늘봄학교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교육복지사 등의 교육복지 전문인력은 전체 학교의 13%밖에 배치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상담사는 청소년 자살률 1위 국가의 오명을 씻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 인력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에 학생들은 입시 경쟁 중심의 교육과 빈곤 방치 그리고 교육복지와 돌봄 공백에 따라 사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지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을 이제는 구해야 합니다. 극우세력의 놀이터가 되어버린‘늘봄학교’를 재정비하여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덜어내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국가 책임의 공적 학교 돌봄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1교 1교육복지사, 1교 1전문상담사 등으로 인력을 확대 배치하여 혹시 모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학교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이 있어 학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학교에서 대부분의 교육복지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잃는 안타까운 참사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안전한 학교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 역할과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과 안전한 돌봄을 반드시 쟁취해 낼 것입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우리 아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5년 7월 7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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