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논평] -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 관련
‘댁내 두루 평안하십니까’
금리인상에 대출이자 감당하기가 버겁고, 난방비 폭탄 등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무역수지 적자니 하며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거 같은데 댁내 두루 평안하십니까.
우리의 윤석열 가카(각하)께서 당선된 지 이번 달로 꼭 1년이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1년 동안 우리의 윤석열 가카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하셨고, 우리의 뇌리 속에 깊게 각인되었습니다.
난방비 및 공공요금 인상 등의 물가폭등, 바이든·날리면 사태와 강제동원 굴욕해법 등 무능 외교, 전쟁불사 발언 등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 검찰과 국정원을 앞세운 노조탄압·공안탄압, 10.29 이태원 참사 남 탓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여기에 더해 얼마 전에 또 큰일을 하셨습니다. 청년세대를 위해 노동시간을 개편하겠다며 현재 최대 52시간인 한 주 노동시간을 69시간까지 늘리시겠다고 합니다. 대선 후보 시절, ‘바짝 일한 뒤 이후 쉴 수 있어야 된다’고 말하시며 주 120시간 노동을 말씀하셨다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었는데 그 꿈을 끝내 버리시지는 못 했나 봅니다. 국민들의 반대에도 고집을 못 꺾으시는 가카를 보니 역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임을 새삼 다시 깨닫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카께서 계속 말씀하시는 노동시간 개편이 정말 청년세대를 위하는 길이 맞는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를 위한 제도가 아닌지 계속 킹리적 갓심(합리적 의심)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가 가카의 심오한 뜻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이미 한국은 OECD 연평균 노동시간보다 199시간 더 많이 일하는 과로사회에, 2021년 기준 노동자 연차소진율이 76%밖에 되지 않는 헬조선임을 청년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미 장시간 노동을 하며 있는 휴가도 못 쓰고 있는 실정인데,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장기휴가로 보상받으라는 말은 언어도단이 아닌지요.
작년 가을에 손경식 경총 회장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만나 주 단위로 제한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이나 연단위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지요. 경영계 숙원 사업 중에 하나인 노동시간 개편이 어떻게 청년세대를 위한 일인지는 우매한 우리로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누구의 말처럼 윤석열 정부가 ‘청년팔이’를 하고 있거나, 청년을 위한 정부라고 참칭하고 있는 걸까요?
비정규직이 많은 청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나올 수 없는 정책일 겁니다. 노동조합의 보호 밖에 많이 있는 청년들의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을 겁니다. 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차별받고 있는 우리들은 ‘청년팔이’ 윤석열 정부에 맞서 노동시간 개악을 막아내는 데에 모든 청년노동자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임을 밝힙니다. 윤석열 정부 또한 청년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 개악을 강행한다면, 강력한 청년노동자들의 투쟁에 직면하는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가 될 것임을 미리 경고합니다.
윤석열 정부 1년 만에 ‘이대로 살 수 없지 않습니까’, ‘이게 나라냐’라는 곡소리가 도처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여러분께 다시 한번 여쭙니다. 댁내 두루 평안하십니까.
2023년 3월 16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청년조합원 모임 ‘선을 넘는 잡(JOB)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