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은 지난 4월 12일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대회'를 열고 학교비정규직 차별철폐와 학교급식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봄을 재촉하는 고마운 비였지만, 궂은 날씨 속에서도 2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회는 윤석열 파면 이후 열리는 첫 ‘사회대개혁 집회’로 명명하고 “사회대개혁은 비정규직 차별철폐부터”라고 선언했다.
"급식실 방치하면 무상급식 무너진다"
급식실 노동자 60% 자발적 퇴사… “현장 유지 불가능한 상황”
학비노조 민태호 위원장은 “무상급식을 지키고 학교 급식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대책기구를 꾸려야 한다”며, “대선 후보들은 학교부터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실질 임금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을 몰아냈던 그 투쟁의 힘으로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자며 "20~30대 청년들이 앞다투어 함께하고 싶은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그것이 우리가 그려가야 할 미래"라며 함께 투쟁해 나가자고 격려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김광창 위원장은 “학교비정규직이 없다면 학교는 더 이상 학교가 아니게 된다. 학교비정규직은 보조가 아니라 실질적인 주체”라고 말하며, “학교비정규직의 요구에 교육부, 교육청이 답해야 할 때”라고 일갈했다.
“폐암으로 동료 떠나보냈다… 노동환경 대책 절실”
현장 조합원들의 절절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경남지부 창원지회 정성미 조리실무사는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폐암 4기로 투병 끝에 사망한 선배의 사연을 소개하며, “폐암이 나만의 문제가 아닐까 두렵다”고 밝혔다. 정 조합원은 “환기시설 개선과 인력 충원을 통해 노동강도를 완화하고, 폐암 진단자에 대한 정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지부 강동송파지회 강순자 조리사는 급식실 결원의 심각성을 말하며 “병원다니고 약먹으며 일하는데 신규로 들어오는 자식같은 아이들에게 이 일 못 시키겠다.”라고 울먹이며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임금과 식수 인원을 현실화 해달라!”고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경기지부 부천지회 김애연 지회장은 경기도 임태희 교육감을 향해 “우리의 요구는 누가 들어도 당연한 요구인데 그토록 들어주기 힘든 일인가?”라고 한탄하며 “단체협약 타결 시행하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지부 사립지회 정란미 지회장은 계엄에서 파면까지를 회상하며 “박근혜 퇴진이 우리의 삶을 바꿔주지 않았듯 스스로를 위해, 세상의 제대로 된 주인이 되기 위해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비정규직 철폐는 공동체 회복의 출발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학교 급식 노동은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는 최전선”이라며 “을지로위원장으로서 이 광장의 목소리를 반드시 국회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그의 체제를 유지하던 권력자들은 여전히 건재하다”며 “내란 세력의 처벌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이 길을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생 노민영 연대시민은 “학생시절 가장 큰 행복이었던 급식이 이제 얼마나 큰 노동의 무게로 만들어졌는지 알았다.”라며 “윤석열을 파면시킨 변화의 기세로 우리 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학비노조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마친 뒤 '학교급식문제 해결', '학교비정규직 차별철폐'의 다시 만난 세계로 길을 통과하며 숭례문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학비노조는 이후에도 사회대개혁 과제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학교급식 문제해결을 위해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요구하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